4부 · 12강
음계와 조성이란?
음계란?
지금까지는 음을 하나하나 익혔습니다. 반음과 온음으로 음 사이의 거리를 재고, 건반과 오선 위의 이름도 붙여 봤죠. 이제 그 음들을 모아서 곡의 재료로 삼을 차례입니다.
현대 피아노의 한 옥타브에는 이명동음을 같은 건반으로 셌을 때 열두 음이 있습니다. 많은 조성 음악은 그중 몇 음을 주된 재료로 삼고, 이를 높이 순서로 정리한 음계를 바탕으로 멜로디와 화음을 만듭니다. 다만 실제 곡에서는 음계 밖의 반음계적 음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음계는 사다리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발을 디딜 칸이 미리 정해져 있고, 멜로디는 그 칸들을 밟고 오르내려요. 아무 데나 딛는 게 아니라 정해진 계단만 밟습니다.
음계는 간격의 규칙
그럼 사다리의 칸은 어떻게 정할까요? 가장 익숙한 음계는 피아노 흰건반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도에서 시작해 한 옥타브 위 도까지 흰건반을 차례로 누르면 도-레-미-파-솔-라-시-도, 서로 다른 일곱 음과 한 옥타브 위에서 반복된 도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사다리는 칸 간격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3강에서 배운 반음·온음으로 이웃한 두 음 사이를 재 보면 이렇게 나와요.
- 도 - 레: 온음
- 레 - 미: 온음
- 미 - 파: 반음
- 파 - 솔: 온음
- 솔 - 라: 온음
- 라 - 시: 온음
- 시 - 도: 반음
온·온·반·온·온·온·반. 미-파와 시-도, 딱 두 곳에서만 반음이 나오죠(3강에서 흰건반끼리 붙어 있던 그 자리입니다). 바로 이 간격의 순서가 우리가 아는 ‘도레미’의 정체입니다. 음 이름이 도레미라서가 아니라, 이 간격 규칙이 장음계의 소리를 만듭니다. 이동도법에서는 어느 장음계든 첫 음부터 도-레-미-파-솔-라-시로 부릅니다.
으뜸음과 조성
사다리를 오르내리다 보면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여덟 개 음 중에서 첫 음(도)이 유독 편안하게들려요. 멜로디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도 이 음으로 돌아오면 ‘다 왔다, 이제 쉰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곡의 중심이 되는 ‘집’ 음을 으뜸음(영어로 tonic)이라고 합니다. 방금 흰건반 음계에서는 도(C)가 으뜸음이었죠. 음과 화음이 으뜸음을 중심으로 위계를 이루는 체계를 조성이라고 합니다. 조의 이름은 으뜸음뿐 아니라 장조·단조까지 함께 밝혀 C 장조, A 단조처럼 부릅니다.
으뜸음이 C이고 장음계를 쓰는 조를 다장조라고 합니다. ‘다’는 C의 한국식 음이름이며, 다라마바사가나는 CDEFGAB에 대응합니다. 다장조를 고정도법으로 읽으면 도=C, 레=D, 미=E, 파=F, 솔=G, 라=A, 시=B입니다. 다른 장조와 조표는 13강에서 하나씩 만나 봅니다.
직접 들어보기
먼저 다장조 음계를 아래에서 위로 하나씩 올라가며 들어봅시다. 익숙한 ‘도레미파솔라시도’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확인해 봅시다. 솔에서 시작해 한 계단씩 내려와 도에서 멈추면, 딱 자리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게 끝납니다.
반대로 시에서 멈추면 어떨까요? 시는 으뜸음 도의 바로 아래 음이라, 집에 거의 다 왔는데 문 앞에서 멈춘 것처럼 어중간하고 불안합니다. 한 칸만 더 올라가 도에 닿고 싶어지죠.
같은 음들인데 어디서 멈추느냐에 따라 안정감이 이렇게 다릅니다. 이런 안정과 긴장의 위계가 조성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정리
- 음계 = 정해진 음들을 높이 순서로 정리한 사다리.
- 사다리의 칸 간격은 일정하지 않다. 흰건반 도~도는 온·온·반·온·온·온·반.
- 온·온·반·온·온·온·반은 장음계의 간격 규칙이다.
- 으뜸음(tonic) = 곡이 돌아와 쉬는 ‘집’ 음. 다장조에서는 도(C).
- 조성은 음과 화음이 으뜸음을 중심으로 위계를 이루는 체계다. 조 이름에는 으뜸음과 장·단조가 함께 들어간다.
음들을 어떤 간격으로 정리했는지가 음계이고, 그 음과 화음이 어느 으뜸음을 중심으로 위계를 이루는지가 조성입니다. 다음 13강에서는 온온반온온온반 규칙으로 여러 장음계를 만들고, 필요한 올림표·내림표를 조표로 적는 법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