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화성학

4부 · 15

5도권 · 관계조 · 조옮김

조가 여럿이다

12강에서 으뜸음이 도(C)인 다장조를 봤습니다. 그런데 으뜸음을 솔(G)에 두면 사장조, 파(F)에 두면 바장조… 이렇게 어느 음을 집으로 삼느냐에 따라 조가 여럿 생깁니다.

문제는, 다장조가 아닌 조에서 ‘온온반온온온반’ 장음계 규칙을 지키려면 흰건반만으로는 안 되고 ♯이나 ♭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장조는 파를 파♯으로 올려야 규칙이 맞습니다. 이렇게 각 조에서 기본으로 쓰는 ♯·♭ 묶음을 조표라고 합니다(13강).

장조만 해도 으뜸음의 이명동음을 한 음으로 세면 12개라 외우기 벅차죠. 그래서 이들을 한 장의 지도로 정리한 게 5도권입니다.

5도권

5도권은 12개 장조와 각 장조의 나란한 단조를 시계처럼 둥글게 배열합니다. 맨 위가 조표 없는 다장조(C)이고, 시계방향으로 갈 때마다 5도씩 올라가며 ♯이 하나씩 늘어요 (C→G→D→A…). 반대로 반시계방향으로 가면 ♭이 하나씩 늡니다 (C→F→B♭→E♭…).

CAm1♯GEm2♯DBm3♯AF♯m4♯EC♯m5♯BG♯m6♯/6♭F♯/G♭D♯m/E♭m5♭D♭B♭m4♭A♭Fm3♭E♭Cm2♭B♭Gm1♭FDm← ♭ 늘어남♯ 늘어남 →
5도권 - 맨 위 다장조(C)에서 시계방향 ♯, 반시계 ♭. 안쪽은 나란한 단조.

같은 ♯쪽이나 ♭쪽에서 옆에 있는 조끼리는 조표가 딱 하나 차이라 음이 거의 겹칩니다. 그래서 가까운 조라고 부르고, 곡 중간에 자연스럽게 옮겨 가기 좋아요. 이 ‘5도씩 도는’ 순서는 앞으로 코드 진행에서도 계속 만나게 됩니다.

관계조 - 장조와 단조의 짝

14강에서 다장조와 가단조가 똑같은 흰건반을 쓴다고 했죠. 이렇게 조표가 같은 장조와 단조를 나란한조(관계조)라고 합니다. 위 5도권에서 바깥 고리(장조) 바로 안쪽에 적힌 게 그 조의 나란한 단조예요 (C 안쪽에 Am).

나란한 단조는 장조의 여섯 번째 음에서 시작합니다. 다장조의 여섯 번째 음이 라(A)라서 가단조가 짝이 되는 거죠. 조표가 같으니 조표만 봐서는 둘을 구분 못 하고, 어느 음을 집으로 느끼느냐로 갈립니다.

조옮김 - 같은 노래, 다른 높이

노래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통째로 올리거나 내려 부르죠. 이렇게 멜로디를 음정 관계는 그대로 둔 채 다른 조로 옮기는 것을 조옮김(이조)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모양이 똑같다는 점이에요. 도-레-미가 온음-온음이면, 옮긴 조에서도 온음-온음 간격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시작 높이만 달라질 뿐, 같은 멜로디로 들려요. 다만 실제 음역이 달라져 음색이나 부르기 편한 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기

누구나 아는 ‘반짝반짝 작은별’ 첫 소절을 다장조로, 이어서 5도 위 사장조로 옮겨 들어보세요. 높이는 다른데 같은 노래인 게 바로 느껴집니다.

음이름은 완전히 달라졌지만(도도솔솔라라솔 → 솔솔레레미미레),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은 똑같아서 귀에는 같은 멜로디로 들립니다. 이게 조옮김이에요.

정리

  • 장조 으뜸음은 이명동음을 한 음으로 세면 12종류. 조마다 조표가 정해지며 다장조에는 ♯·♭이 없다.
  • 5도권 = 조들을 5도 간격 원형으로 정리한 지도. 시계방향 ♯, 반시계 ♭.
  • 관계조(나란한조) = 조표가 같은 장·단조 짝. 다장조 ↔ 가단조.
  • 조옮김(이조) = 음정 관계는 그대로, 곡 전체를 다른 높이로 옮기기.

이걸로 4부 조성과 음계가 끝났습니다. 이제 곡이 어떤 ‘동네 (조)’에 사는지 읽을 수 있어요. 다음 5부에서는 한 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코드들 - 다이아토닉 코드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