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화성학

10부 · 40

대리 도미넌트와 백도어 진행

39강에서 한 곡의 집(으뜸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봤습니다. 이번 40강은 집을 그대로 두고 도미넌트 자체를 바꿉니다. 늘 쓰던 V7(G7) 자리에 엉뚱해 보이는 다른 도미넌트를 앉혀도 똑같이 집으로 풀리는, 두 가지 특수 도미넌트를 배워요. 트라이톤 대리백도어입니다. 이 강의 모든 예시는 다장조(C major)가 기준이고, 코드 이름 옆에는 다장조에서 센 로마 숫자를 함께 답니다.

공통 트라이톤 - 두 도미넌트가 나눠 갖는 긴장

25강에서 도미넌트7의 긴장은 코드 안의 트라이톤(3음과 7음)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G7이면 시(B)-파(F)가 그 트라이톤이자 가이드 톤이었죠. 먼저 그 두 음만 다시 들어 보세요.

그런데 이 트라이톤에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트라이톤만큼(증4도) 떨어진 두 도미넌트가 똑같은 트라이톤을 나눠 가져요. G에서 트라이톤 떨어진 음은 D♭(레♭)입니다. D♭7의 구성음은 레♭-파-라♭-도♭인데, 여기서 3음 와 7음 도♭이 바로 트라이톤이에요.

결국 G7의 시-파D♭7의 도♭-파는 피아노에서 똑같은 두 건반(시와 파)입니다. 스펠링만 다를 뿐 소리는 같아요. 두 코드를 나란히 들어 보면, 근음도 이름도 전혀 다른데 속에 같은 트라이톤이 들어 있는 게 느껴집니다.

G7

구성음 G3 · B3 · D4 · F4

솔-시-레-파. 시-파가 트라이톤이자 가이드 톤입니다(25강).

D♭7

구성음 Db4 · F4 · Ab4 · B4

레♭-파-라♭-도♭. 맨 위 도♭은 건반상 시(B)와 같아, 파와 함께 G7과 똑같은 트라이톤을 이룹니다.

겉의 근음과 다른 음은 서로 다르지만 두 도미넌트의 가운데 두 가이드 톤은 정확히 같은 자리를 공유한다.
G7과 D♭7은 같은 트라이톤을 품기 때문에 서로 도미넌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역할이 맞바뀐다는 점이에요. G7에선 시가 3음·파가 7음인데, D♭7에선 같은 두 건반이 7음(도♭)·3음(파)으로 자리를 바꿉니다. 근음도 이름도 다른 두 코드가 똑같은 트라이톤을 나눠 갖는 비결이 이 맞바꿈이에요.

두 음이 같으니 긴장도 같고, 풀리는 방향도 같습니다. 이것이 대리의 근거예요.

트라이톤 대리 - D♭7이 G7을 대신

트라이톤이 같으니, D♭7이 G7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집인 Cmaj7으로 풀려요. 25강에서 배운 ii-V-I인 Dm7 - G7 - Cmaj7을 먼저 들어 봅시다.

Dm7G7Cmaj7

이제 가운데 G7만 D♭7으로 바꿔 Dm7 - D♭7 - Cmaj7으로 만듭니다. 로마 숫자로는 ii - subV7 - I이고, subV7은 원래 V7 자리를 대신하는 반음 위 도미넌트♭II7이라고도 적어요.

Dm7D♭7Cmaj7

이 바꿔치기를 트라이톤 대리(또는 대리 도미넌트)라고 부릅니다. 덤이 하나 더 있어요. 베이스가 레(Dm7) - 레♭(D♭7) - 도(Cmaj7)반음씩 매끄럽게 내려갑니다. G7이었다면 솔에서 도로 껑충 뛰던 자리가, 대리를 쓰면 반음 계단이 돼요. 재즈와 팝이 이 크로매틱 베이스 라인 때문에 트라이톤 대리를 즐겨 씁니다.

백도어 - 뒷문으로 들어오는 ♭VII7

또 하나의 특수 도미넌트, 백도어입니다. 이번엔 반음 위가 아니라 온음 아래 도미넌트예요. 도(C)에서 온음 아래는 시♭(B♭), 그 도미넌트 B♭7이 뒷문으로 슬쩍 집(Cmaj7)에 들어옵니다. 로마 숫자로는 ♭VII7이에요.

진행은 Fm7 - B♭7 - Cmaj7입니다. 앞의 Fm7 - B♭7만 떼어 보면 원래 E♭장조의 ii-V처럼 생겼어요. 그런데 Eb으로 가지 않고 엉뚱하게 Cmaj7으로 풀립니다. 예상 밖의 문으로 들어오니 백도어(뒷문)라 불러요.

Fm7B♭7Cmaj7

소리는 따뜻하고 의외입니다. Fm은 36강에서 배운 마이너 서브도미넌트(iv) 계열이라, 백도어는 그 마이너 서브도미넌트의 색을 도미넌트처럼 써서 집에 들이는 진행이에요.

왜 통할까 - 반음으로 푸는 두 음

왜 이런 대리가 통할까요? 코드 안의 두 음이 반음으로 미끄러져 Cmaj7에 딱 안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두 음이 무엇인지는 대리마다 조금 달라요.

트라이톤 대리부터. G7과 D♭7은 가이드 톤(3음과 7음) 시-파(=도♭-파)로 똑같으니, 풀리는 것도 똑같습니다. 시-파가 안쪽으로 좁혀져 도-미가 돼요(시→도, 파→미). Cmaj7의 도와 미로 딱 안착합니다.

백도어 B♭7은 조금 다릅니다. 반음으로 풀리는 두 음이 라♭(7음)파(5음)이거든요. 파는 5음이라 가이드 톤은 아니지만, 라♭은 솔로, 파는 미로 나란히 반음 내려가 Cmaj7의 솔과 미에 안착합니다. 아래로 미끄러지듯 풀리는 게 백도어 특유의 포근함이에요.

D♭7과 B♭7이 각각 반음 움직이는 두 음을 거쳐 같은 C에 도착한다.
트라이톤 대리와 백도어는 경로는 달라도 반음 보이스 리딩으로 같은 C에 해결한다.

대리는 공짜가 아니다 - 멜로디 점검

대리와 백도어는 강력하지만 공짜가 아닙니다. 코드를 바꾸면, 그 위를 흐르는 멜로디와 부딪히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트라이톤 대리 D♭7은 원래 G7에 없던 라♭과 레♭을 새로 들여옵니다. 백도어 B♭7 라♭을 들여오죠. 만약 그 순간 멜로디가 라(A) 자연음을 노래하고 있다면 새로 들어온 라♭과 반음으로 부딪혀 어색해질 수 있어요(D♭7이라면 레(D)도 레♭과 부딪힙니다).

정리

  • 공통 트라이톤: 트라이톤만큼 떨어진 두 도미넌트는 같은 트라이톤을 나눠 가져서, D♭7(subV7/♭II7) G7(V7)을 대신해 I로 풀립니다. 베이스가 반음씩 내려가는 덤도 있어요.
  • 백도어: ♭VII7(B♭7)이 뒷문으로 I(Cmaj7)에 들어옵니다. Fm7-B♭7이 엉뚱하게 C로 풀려 따뜻하고 의외인 색을 내요.
  • 대리는 공짜가 아니다: 코드를 바꾸면 새로 들어온 음 (D♭7의 라♭·레♭, B♭7의 라♭)이 멜로디와 부딪히지 않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다음 41강에서는 3도 관계로 미끄러지는 크로매틱 미디언트와, 같은 코드 모양을 통째로 옮기는 constant structure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