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화성학

8부 · 31

멜로디 화성화와 섹션 설계

8부의 마지막 강입니다. 지금까지 코드 위에 멜로디가 어떻게 얹히는지 봤다면, 이번엔 방향을 뒤집어 봅니다. 멜로디가 먼저 있을 때, 거기에 코드라는 옷을 입히는 일이에요. 이 강의 모든 예시는 다장조(C major)가 기준입니다. 기억할 건 딱 두 가지예요. 하나의 멜로디를 여러 방식으로 화성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섹션마다 다른 옷을 입혀 곡의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

먼저 멜로디부터

여덟 마디짜리 짧은 멜로디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한 마디에 한 음씩, 계이름으로 미 - 솔 - 라 - 솔 - 파 - 미 - 레 - 도예요. 앞쪽에서 완만한 아치를 그리며 까지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와 마지막에 에 내려앉아 끝납니다. 아직 코드는 없습니다. 멜로디만 먼저 들어 보세요.

같은 이 멜로디 하나에, 아래에서 두 벌의 옷을 입혀 볼 거예요. 먼저 벌스에 어울리는 담백한 3화음, 그다음 코러스에 어울리는 풍성한 7화음. 음표는 하나도 바꾸지 않고, 밑에 깔리는 코드만 바꿉니다.

벌스 - 3화음으로 담백하게

벌스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리라 차분하고 친밀합니다. 그러니 코드도 욕심내지 않고, 3화음으로 담백하게 깔아 줍니다. 멜로디 음이 각 코드의 맨 위에 오도록 배치했고, 여덟 음이 전부 그 코드의 코드톤이라 부딪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어요.

CCFCFAmGC

각 마디에서 멜로디 음이 왜 코드와 맞는지, 하나씩 확인해 봅시다. 모두 그 코드 안에 들어 있는 음(코드톤)이라 안정적으로 앉습니다.

마디멜로디코드왜 맞는가 (코드톤)
1C (I)미는 C(도-미-솔)의 3음
2C (I)솔은 C의 5음
3F (IV)라는 F(파-라-도)의 3음
4C (I)솔은 C의 5음
5F (IV)파는 F의 근음
6Am (vi)미는 Am(라-도-미)의 5음
7G (V)레는 G(솔-시-레)의 5음
8C (I)도는 C의 근음

프리코러스 - 긴장을 쌓아 밀어 넣기

벌스와 코러스 사이에는 종종 프리코러스가 끼어듭니다. 이 구간이 하는 일은 하나예요. 긴장을 쌓아 올려 코러스로 밀어 넣는 것. 그러려면 편안한 토닉(C)에 도착하지 않아야합니다. 도착해 버리면 ‘끝난’ 느낌이 나서, 코러스가 새로 시작하는 맛이 사라지거든요.

그래서 토닉을 미뤄 두고, Dm7(ii7) - G7(V7)로 도미넌트에 매답니다. 25강에서 만난 도미넌트의 긴장이, 여기서는 섹션과 섹션을 잇는 다리로 쓰여요. G7에 매달린 채 끝나서 ‘다음이 궁금한’ 상태로 코러스에 넘겨줍니다.

Dm7G7

해결되지 않고 붕 뜬 채로 멈추는 느낌이 들죠? 이 ‘아직 안 끝났다’는 긴장이 코러스의 첫 코드로 시원하게 풀리게 됩니다.

코러스 - 7화음으로 풍성하게

코러스는 곡의 절정입니다. 가장 밝고 풍성하게 울려야 하죠. 그래서 똑같은 멜로디에 이번엔 7화음을 입힙니다. 3음, 5음 위에 7음까지 한 겹 더 쌓으니 소리가 두툼하고 화사해져요. 그래도 멜로디 음은 여전히 각 7화음 안의 코드톤이라, 부딪히지 않습니다. 마지막 마디만 7음 대신 6음을 얹은 C6으로, 더 편안히 닫아요.

Cmaj7Em7Fmaj7Am7Dm7Am7G7C6

벌스와 코드가 완전히 달라졌는데, 위에서 흐르는 멜로디는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세요. 아래 표에서 각 멜로디 음이 7화음 안 어디에 자리 잡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디멜로디코드왜 맞는가 (코드톤)
1Cmaj7 (Imaj7)미는 Cmaj7의 3음
2Em7 (iii7)솔은 Em7의 3음
3Fmaj7 (IVmaj7)라는 Fmaj7의 3음
4Am7 (vi7)솔은 Am7의 7음
5Dm7 (ii7)파는 Dm7의 3음
6Am7 (vi7)미는 Am7의 5음
7G7 (V7)레는 G7의 5음
8C6 (I(add6))도는 C6의 근음

같은 멜로디, 다른 옷

이제 두 화성화를 나란히 들어 봅시다. 멜로디는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밑에 깔린 코드뿐이에요.

CCFCFAmGC
Cmaj7Em7Fmaj7Am7Dm7Am7G7C6
  • 벌스(3화음): 담백하고 단단해서, 이야기를 조용히 시작하는 느낌이 납니다.
  • 코러스(7화음): 두툼하고 화사해서, 감정이 활짝 열리는 절정처럼 들립니다.

코드가 담백하냐 풍성하냐, 이 하나로 섹션의 분위기가 갈립니다. 그리고 두 화성 모두에서, 멜로디의 핵심음이 코드와 부딪히지 않는지 (코드톤인지)를 마디마다 미리 확인해 두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입혀도 멜로디가 어색하지 않아요.

정리

  • 하나의 멜로디: 음표를 바꾸지 않고, 밑에 깔리는 코드만 바꿔 여러 방식으로 화성화할 수 있다.
  • 섹션마다 다른 화성: 벌스는 담백한 3화음, 코러스는 풍성한 7화음. 프리코러스는 토닉을 미뤄 긴장으로 코러스를 당긴다.
  • 코드톤 확인: 어떤 옷을 입히든, 멜로디의 핵심음이 그 코드의 코드톤이면 부딪히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8부입니다. 이 여덟 마디 멜로디는 사라지지 않아요. 마지막 42강 리하모니제이션 프로젝트에서 바로 이 멜로디를 다시 꺼내, 더 많은 화성으로 새 옷을 갈아입혀 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