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화성학

8부 · 29

슬래시 코드와 베이스 설계

지금까지는 코드가 어떤 화음인가에 집중했습니다. 이번엔 시선을 맨 아래 - 베이스로 내려봅니다. 베이스 음 하나를 어떻게 정하느냐로 같은 코드도 아주 달라져요. 앞부분은 다장조(C major) 기준이고, 마지막 라인 클리셰는다단조(C minor) 예시입니다.

슬래시 코드 - 베이스를 따로 정하기

C/G처럼 코드/베이스음 꼴로 쓴 것을 슬래시 코드라고 합니다. 빗금 앞은 코드, 뒤는 베이스에 놓을 음이에요. ‘C 온 G(C over G)’라고 읽습니다.

왜 쓸까요? 베이스 음을 손으로 직접 정하기 위해서예요. 코드는 그대로 두고 베이스만 따로 움직이면, 저음이 또 하나의 멜로디처럼 흐릅니다. 이 강에서 그 방법 네 가지를 봅니다.

전위 - 코드 안의 음을 베이스로

베이스에 놓는 음이 그 코드의 구성음이면 전위(자리바꿈)입니다. C 코드(도·미·솔)에서 미를 베이스로 내리면 C/E(1전위), 솔을 내리면 C/G(2전위)예요. 같은 C 코드지만 무게중심이 바뀝니다. 위 3음은 그대로 두고 베이스만 도→미→솔로 옮겨 들어 보세요.

CC/EC/G

코드 이름(C)은 안 변했는데 바닥이 달라지니 안정감이 조금씩 달라지죠? 특히 뒤의 페달 예시처럼 2전위(C/G) 다음에 G 코드가 오면 베이스 솔을 미리 들려줄 수 있어요. C/G의 역할은 다음 화음과 리듬에 따라 달라지며, 언제나 G를 예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순차 베이스 - 걸어 내려가는 저음

슬래시 코드를 엮으면 베이스가 한 음씩 계단처럼 움직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가 C - C/B - Am - Am/G - F - 베이스가 도·시·라·솔·파로 매끄럽게 걸어 내려가요.

CC/BAmAm/GF

페달 - 한 음을 붙들기

반대로 위 코드는 바뀌는데 베이스 한 음만 그대로 붙들어두는 것을 페달(페달 포인트)이라고 합니다. C/G - G - C는 베이스 솔(G)을 붙든 채 위가 움직이다가 마지막에 도로 해결해요.

C/GGC

같은 저음이 계속 울리니 긴장이 고이다가도(C)에서 툭 풀립니다. 도미넌트(솔)를 베이스에 깔아두는 이 ‘도미넌트 페달’은 후렴 직전에 기대감을 쌓을 때 자주 쓰여요.

라인 클리셰 - 반음씩 내려가는 속선율

Cm 트라이어드(도·미♭·솔)를 유지한 채, 안쪽 목소리 하나만 반음씩 내려가게 하는 유명한 장치가 라인 클리셰입니다. 그 속선율이 도·시·시♭·라(C-B-B♭-A)로 흘러요. 코드 기호로는 Cm - Cm(maj7) - Cm7 - Cm6입니다.

CmCm(maj7)Cm7Cm6

007 영화나 옛 발라드에서 들리는 은근히 조여드는 그 느낌이에요. 코드 이름은 넷이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건 딱 한 음뿐입니다.

정리

  • 슬래시 코드(코드/베이스음)로 베이스 음을 따로 정해 저음을 멜로디처럼 움직인다.
  • 베이스음이 표기된 코드의 구성음이면 전위(C/E·C/G), 아니면 비화성 베이스를 둔 슬래시 코드(C/B·Am/G). 문맥에 따라 확장화음으로 다시 분석할 수도 있다.
  • 순차 베이스는 저음을 한 음씩 걸어 내려가게(도-시-라-솔-파), 페달은 한 음을 붙들어(솔 페달) 긴장을 쌓는다.
  • 라인 클리셰(Cm-Cm(maj7)-Cm7-Cm6)는 Cm 트라이어드를 유지한 채 속선율만 도-시-시♭-라로 하행. Cm6는 6음을 더한 코드 성질이지 전위가 아니다.

베이스와 속선율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다음 30강에서는 이 모든 걸 엮은 대중음악의 대표 코드 진행들(50년대 진행, 파헬벨, 싱어송라이터 루프)을 로마 숫자로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