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 38강
블루스 화성 - 해결되지 않는 도미넌트 7화음
37강 모달 화성은 강한 V-I 종지 대신 특징음과 반복으로 중심을 잡으며 장·단조의 규칙을 비틀었습니다. 이번 블루스 화성은 또 다른 방식으로 규칙을 비틉니다. 기능화성이라면 ‘해결해야 할 긴장’인 도미넌트 7화음을, 블루스는 아예 편안한 집으로 써요. 이 강의 모든 예시는 다장조(C major) 기준이고, 코드 이름 옆에는 로마 숫자(I7, IV7, V7)를 함께 답니다.
블루스는 다른 시스템이다
22강부터 배운 기능화성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토닉은 집, 서브도미넌트는 떠남, 도미넌트는 집으로 당기는 긴장. 특히 도미넌트 7화음(V7)은 그 안의 트라이톤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긴장이었죠(25강).
블루스는 이 규칙을 정면으로 비틉니다. 블루스의 간판 특징은 I, IV, V가 전부 도미넌트 7화음이라는 것입니다. 다장조라면 I7(C7) · IV7(F7) · V7(G7) 세 코드가 모두 도미넌트7이에요. 그런데 기능화성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블루스에서는 이 도미넌트7 소리 자체가 긴장이 아니라 안정된 집 색이라는 겁니다. 어디론가 풀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편안히 눌러앉는 색이에요.
12마디 블루스
블루스의 뼈대는 12마디 블루스입니다. 한 바퀴가 12마디로 도는 이 형식은 블루스뿐 아니라 록·재즈의 기본 형식이기도 해요. 수많은 곡이 이 12마디 위에 지어졌습니다.
다장조 12마디를 한 마디에 한 코드씩 늘어놓으면 아래 표처럼 됩니다. I7이 넉 마디로 시작해 IV7으로 잠깐 나갔다 돌아오고, 아홉째 마디에서 V7이 처음 등장해요.
| 마디 | 코드 | 로마 숫자 |
|---|---|---|
| 1 | C7 | I7 |
| 2 | C7 | I7 |
| 3 | C7 | I7 |
| 4 | C7 | I7 |
| 5 | F7 | IV7 |
| 6 | F7 | IV7 |
| 7 | C7 | I7 |
| 8 | C7 | I7 |
| 9 | G7 | V7 |
| 10 | F7 | IV7 |
| 11 | C7 | I7 |
| 12 | G7 | V7 |
전체를 한 번에 이어 들어 보세요. 세 코드가 다 도미넌트7인데도 불안하게 ‘풀리려’ 하기보다 각자 제자리에 앉아 도는 느낌이 들 거예요.
왜 세컨더리 도미넌트가 아닌가
여기서 32강을 배운 사람은 이상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도미넌트 7화음은 어딘가로 당기는 코드라고 했으니까요. 기능적으로만 보면 C7(I7)은 파(F)로 당기는 V7/IV이고, F7(IV7)은 시♭(B♭)으로 당기는 V7/♭VII이어야 합니다. 즉 세컨더리 도미넌트처럼 다른 코드로 해결돼야 맞아요.
하지만 블루스에서 C7과 F7은 어디로도 당기지 않습니다. C7은 F로 풀리려 하지 않고 그냥 토닉(집) 자리에 머뭅니다. F7도 마찬가지로 서브도미넌트자리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어요. 세컨더리 도미넌트라면 있어야 할 ‘해결하려는 당김’이 없습니다.
구성음 C4 · E4 · G4 · Bb4
도-미-솔-시♭. 기능화성이라면 파(F)로 당길 코드지만, 블루스에선 그냥 집입니다.
구성음 F4 · A4 · C5 · Eb5
파-라-도-미♭. 서브도미넌트 자리에 안정적으로 눌러앉는 색입니다.
이게 기능화성과 블루스가 갈라지는 결정적 지점입니다. 기능화성은 도미넌트7을 긴장으로, 블루스는 같은 코드를 안정된 집으로 씁니다. 소리는 같아도 역할이 정반대예요.
블루 노트
블루스 특유의 ‘찡한’ 소리는 어디서 올까요? 블루 노트에서 옵니다. 메이저 코드 위에 ♭3(미♭) · ♭5(솔♭) · ♭7(시♭)을 얹거나 노래하면, 코드의 밝은 음과 반음으로 부딪히면서 블루스 특유의 색이 나요.
가장 대표적인 게 블루 서드입니다. 다장조 C 코드에는 3음으로 밝은 미(E)가 들어 있는데, 그 위에 미♭을 함께 얹으면 두 음이 한 코드 안에서 부딪혀요. 장3도의 밝음과 단3도의 어두움이 동시에 울리는, 블루스의 그 아릿한 소리입니다.
이 블루 노트들을 한 음계로 묶으면 블루스 스케일이 됩니다. C 블루스 스케일은 도-미♭-파-솔♭-솔-시♭-도로, ♭3·♭5·♭7 세 블루 노트가 모두 들어 있어요. 블루스 멜로디와 솔로가 이 음들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턴어라운드
12마디의 마지막 두 마디(11-12마디: C7 - G7)에는 특별한 이름이 있습니다. 턴어라운드예요. 이 두 마디는 곡을 끝내는 게 아니라, 형식을 맨 앞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기능화성의 종지가 ‘여기서 끝’이라는 마침표를 찍는다면, 블루스 턴어라운드는 반대예요. 마지막 V7(G7)이 다시 첫 마디 I7(C7)으로 바퀴를 돌립니다. 끝이 아니라 순환이죠. 12마디가 몇 바퀴고 계속 도는 건 이 턴어라운드 덕분입니다.
더 화려하게 꾸민 턴어라운드도 있습니다. C7 - A7 - D7 - G7(I - VI - II - V, 전부 도미넌트7)처럼 코드를 촘촘히 넣어 되돌리는 방식이에요. 네 코드가 모두 도미넌트7인 게 역시 블루스답습니다.
정리
- I·IV·V가 전부 도미넌트7: 블루스는 I7·IV7·V7 세 도미넌트7을 긴장이 아니라 안정된 집 색으로 쓴다. 기능화성과 다른 시스템이다.
- 12마디 블루스: C7 넉 마디로 시작해 IV7로 나갔다 돌아온 뒤 V7이 등장하는 12마디가 블루스·록·재즈의 기본 형식이다.
- 블루 노트와 턴어라운드: ♭3·♭5·♭7 블루 노트가 코드의 밝은 음과 부딪혀 블루스 색을 내고, 마지막 두 마디 턴어라운드가 형식을 끝내지 않고 다시 순환시킨다. 둘 다 기능화성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다음 39강에서는 다시 기능화성으로 돌아와, 한 곡 안에서 잠깐 다른 음을 집처럼 만드는 토닉화와 아예 집을 옮기는 조바꿈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