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 37강
모달 화성 - 도리안·믹솔리디안·에올리안
36강에서는 다장조에 살면서 코드를 하나씩 잠깐 빌려 왔습니다. 집은 내내 도(C)였죠. 이번 강은 한발 더 나아갑니다. 빌리는 게 아니라 아예 그 모드가 집이에요. 도리안이면 도리안이 집이고, 믹솔리디안이면 믹솔리디안이 집입니다. 코드 이름 옆에는 로마 숫자(i, IV, ♭VII, ♭VI)를 함께 답니다.
모드에는 중심음이 있다
모드에도 중심음(그 모드의 으뜸음)이 있습니다. 다만 장조·단조처럼 강한 V-I 도미넌트 종지로 중심을 세우지 않아요. 이끔음이 반음 위 으뜸음으로 확 끌려 올라가며 ‘집 도착’을 확정하는 그 힘이, 모드에는 없습니다. 대신 모드는 특징음과 반복(그 음이나 코드에 머무르기)으로 중심을 잡습니다.
아래 세 모드는 모두 다장조 흰건반(변화표 없는 음)을 그대로 쓰되, 중심을 다른 음에 둡니다. 레(D)에 중심을 두면 도리안, 솔(G)에 두면 믹솔리디안, 라(A)에 두면 에올리안이에요. 같은 건반 위에서 집만 옮기는 셈입니다.
도리안 - 장6도를 가진 마이너
도리안은 마이너처럼 어둡게 들리지만, 자연 단조와 결정적으로 다른 음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장6도예요. 중심음이 레(D)인 D 도리안은 레-미-파-솔-라-시-도인데, 여기서 6음은 시(B)입니다. 자연 단조라면 시♭이었을 자리가 반음 높은 시(B)로 올라간 거예요. 이 장6도(시)가 도리안의 특징음입니다.
이 장6도 덕분에 IV 코드가 메이저(G)가 됩니다. 어두운 마이너 집 위에 밝은 메이저 IV가 얹히는 색, 이게 도리안 특유의 소리예요. 먼저 그 IV 코드부터 확인해 봅시다.
구성음 G4 · B4 · D5
솔-시-레, 메이저 코드. 여기 든 시(B)가 도리안의 장6도입니다.
그래서 도리안의 간판 소리는 Dm - G(i - IV)를 오가는 것입니다. 마이너 i에서 밝은 메이저 IV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이 왕복이 펑크·포크·모달 재즈에서 즐겨 쓰는 색이에요.
믹솔리디안 - ♭7을 가진 메이저
믹솔리디안은 반대입니다. 메이저처럼 밝게 들리지만, 장음계와 딱 한 음이 다릅니다. 바로 ♭7(내린 7음)이에요. 중심음이 솔(G)인 G 믹솔리디안은 솔-라-시-도-레-미-파인데, 여기서 7음은 파(F)입니다. 장음계라면 파♯이었을 자리가 반음 낮은 파(F)로 내려온 거예요. 이 ♭7(파)이 믹솔리디안의 특징음입니다.
장음계의 7음(파♯)은 반음 위 솔로 끌려 올라가는 이끔음이었죠. 믹솔리디안은 그 7음을 반음 내려 이끔음의 당김을 없앱니다. 대신 이 ♭7 덕에 ♭VII 코드(F)가 생겨요. 그 코드를 먼저 봅시다.
구성음 F4 · A4 · C5
파-라-도, 메이저 코드. 여기 든 파(F)가 믹솔리디안의 ♭7입니다.
그래서 믹솔리디안의 간판 소리는 도미넌트 V로 가지 않고 G - F(I - ♭VII)를 오가는 것입니다. 밝은 I에서 한 음 아래 ♭VII로 툭 떨어졌다 돌아오는 이 왕복이 록·블루스에서 자주 들리는 색이에요.
에올리안 - 자연 단음계를 모드로
에올리안은 곧 자연 단음계입니다. 14강에서 이미 만난 그 음계예요. 다만 여기서는 ‘가단조’가 아니라 하나의 모드로 봅니다. 중심음이 라(A)인 A 에올리안은 라-시-도-레-미-파-솔이고, 대표 소리는 Am - G - F(i - ♭VII - ♭VI)로 한 계단씩 내려가는 하행입니다.
여기서 꼭 짚을 게 있어요. 에올리안은 7음이 솔(G)로, 올린 7음(솔♯)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이끔음이 빠진 고장난 화성 단조’로 보면 안 됩니다.화성 단조가 7음을 솔♯으로 올린 건 도미넌트를 만들려는 선택일 뿐이고, 에올리안이 솔을 그대로 두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에요.
뱀프 - 반복으로 중심을 새기다
모드에는 강한 V-I이 없다고 했죠. 그러면 무엇으로 중심을 지킬까요? 답은 뱀프입니다. 짧은 코드 묶음을 계속 반복하며 중심음과 특징음에 머무르는 거예요. 앞에서 들은 Dm-G, G-F, Am-G-F가 모두 반복되는 뱀프였습니다.
도미넌트가 ‘여기가 집이다’라고 확정해 주지 않는 대신, 반복이 귀에 중심을 새깁니다.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돌면 귀는 자연스레 그 시작 코드를 집으로 받아들여요. 세 모드의 뱀프를 다시 나란히 두고 들어 보세요. 각 진행의 첫 코드가 그 모드의 집입니다.
정리
- 모드 = 중심음 + 특징음: 모드에도 으뜸음(중심음)이 있지만, 강한 V-I 도미넌트 종지 대신 특징음과 반복으로 중심을 잡는다. 36강은 코드를 빌린 것, 이번엔 그 모드가 집이다.
- 세 모드의 특징음: 도리안은 장6도(D 도리안의 시)로 IV가 메이저(Dm-G), 믹솔리디안은 ♭7(G 믹솔리디안의 파)로 ♭VII이 생기고(G-F), 에올리안은 자연 단음계 그대로다(Am-G-F).
- 뱀프로 중심을 새긴다: 강한 V-I이 없는 자리를 짧은 코드 묶음의 반복이 대신한다. 반복이 귀에 집을 각인한다.
다음 38강에서는 블루스 화성으로 들어갑니다. 해결되지 않는 도미넌트 7화음이 어떻게 블루스의 그 독특한 색을 만드는지, 모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규칙을 비트는 세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