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화성학

10부 · 41

크로매틱 미디언트와 Constant Structure

40강까지는 낯선 코드도 결국 기능(T-S-D)으로 설명했습니다. 트라이톤 대리도 백도어도 ‘도미넌트로 집에 푼다’는 기능 이야기였죠. 41강은 그 틀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여기서 배울 크로매틱 미디언트constant structure 기능으로 억지로 분석하지 않는 색과 결이에요. 대신 어느 음이 공통으로 남는가, 같은 모양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로 듣습니다. 이 강의 모든 예시는 다장조(C major)가 기준입니다.

3도로 코드 잇기

22강부터 코드를 기능으로 이어 왔지만, 코드를 잇는 또 다른 감각이 있습니다. 바로 3도 관계예요. 어떤 코드에서 3도 위(또는 아래) 코드로 건너뛰는 겁니다.

다장조 안에도 3도 짝이 있습니다. 16강에서 본 다이아토닉 미디언트, 즉 C와 Em(iii), C와 Am(vi)이 그 예예요. 미디언트(mediant)는 ‘가운데’라는 뜻으로, 으뜸음에서 3도 떨어진 자리를 가리킵니다. 먼저 다장조 안의 3도 짝 CEm을 하나씩 들어 보세요. 근음이 에서 로 3도 올라간, 서로 가까운 두 코드입니다.

여기까지는 전부 다장조 흰건반 안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그런데 이 3도 관계를 반음 변형해 다장조 밖으로 끌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3도 짝이 왜 그렇게 매끄럽게 이어지는지부터 봅시다.

공통음 - 3도 관계의 매력

3도 관계의 매력은 공통음입니다. 26강에서 배웠듯, 두 코드가 함께 가진 음이 있으면 그 음이 다리처럼 둘을 이어 줘요.

다이아토닉 미디언트 C(도-미-솔) Em(미-솔-시)을 보면, 두 음을 공유합니다. 세 음 중 둘이 겹치니 아주 매끄럽게 붙어요.

  • C = 도 · ·
  • Em = · · 시
  • 공통음 = 미 · 솔 (두 개)
CEm

C에서 Em으로 넘어갈 때 실제로 움직이는 음은 도 → 시 하나뿐입니다. 나머지 미·솔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3도 짝은 코드 이름이 달라도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곧 볼 크로매틱 미디언트는 공통음이 딱 하나뿐입니다. 두 개가 아니라 하나. 그런데 바로 그 하나가, 멀리 떨어진 두 코드를 이어 주는 경첩이 돼요.

크로매틱 미디언트 - 공통음 하나로 잇는 먼 코드

크로매틱 미디언트는 3도 떨어졌지만, 다장조 밖의 음으로 반음 변형공통음 하나로 이어지는 코드입니다. 두 예를 봅시다. 기준은 늘 집인 C(도-미-솔) 이에요.

  • C → E: E는 미-솔#-시. Em이 아니라 메이저 E라, 솔이 솔#로 반음 올라 다장조 밖으로 나갑니다. C와 공유하는 음은 하나예요.
  • C → Ab: Ab는 라b-도-미b. 온통 검은건반 쪽 음인데, C와 공유하는 음은 하나입니다.
E

구성음 E4 · G#4 · B4

미-솔#-시. C(도-미-솔)와는 미 한 음만 공유합니다. 솔이 솔#로 올라 다장조 밖으로 나가요.

Ab

구성음 Ab3 · C4 · Eb4

라b-도-미b. C(도-미-솔)와는 도 한 음만 공유합니다. 나머지 라b·미b은 먼 곳의 음이에요.

두 코드 다 C와 공통음이 하나뿐이죠. 그 한 음을 붙잡은 채 나머지가 먼 곳으로 미끄러지기 때문에, 가깝고도 아득한 묘한 색이 납니다.

재미있는 건 근음입니다. 세 코드 C - E - Ab의 근음은 도 - 미 - 솔#, 정확히 3도씩 쌓은 증3화음(도-미-솔#)이에요. 그래서 C·E·Ab는 서로가 서로의 크로매틱 미디언트입니다. 세 코드를 이어 들어 보세요. 영화음악이 아득하고 마법 같은 장면에서 즐겨 쓰는 그 색이 바로 이겁니다.

CEAbC

Constant Structure - 같은 모양 평행 이동

두 번째 개념은 Constant Structure입니다. 뜻 그대로 ‘한결같은 구조’, 즉 똑같은 코드 모양(음질과 보이싱)을 조와 상관없이 통째로 평행 이동시키는 것이에요.

예로 Cmaj7 - Dbmaj7 - Dmaj7을 봅시다. 셋 다 maj7 모양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근음만 도 → 레b → 레로 반음씩 밀어 올린 겁니다. 코드 안의 네 음이 손 모양 그대로 반음씩 함께 미끄러져요.

  • Cmaj7 = 도-미-솔-시
  • Dbmaj7 = 레b-파-라b-도
  • Dmaj7 = 레-파#-라-도#
Cmaj7Dbmaj7Dmaj7

여기엔 토닉도 도미넌트도 없습니다. Dbmaj7이 무슨 도수인지, C로 어떻게 푸는지 물어도 소용없어요. Constant structure는 기능이 아니라 소리 자체가 ‘평행으로 미끄러지는 결’입니다.

드뷔시 같은 인상주의 작곡가의 평행 화음, 그리고 현대 재즈가 이 결을 즐겨 씁니다. 26강에서 ‘평행 5도·8도’를 전통 화성에선 피한다고 했는데, 여기선 오히려 평행 이동 자체가 목적이에요.

연습 - 기능 대신 공통음과 모양으로 듣기

두 개념을 다시 정리하며 귀를 맞춰 봅시다. 핵심은 하나예요. T-S-D 기능으로 억지로 풀지 마세요.

  • 크로매틱 미디언트는 ‘무슨 기능?’이 아니라 어느 음이 공통으로 남는가로 듣습니다. C-E-Ab를 들으며 (C·E)와 (C·Ab)가 다리처럼 남는 걸 따라가 보세요.
  • Constant Structure는 ‘무슨 도수?’가 아니라 모양이 어떻게 평행 이동하는가로 듣습니다. Cmaj7-Dbmaj7-Dmaj7을 들으며 같은 손 모양이 반음씩 미끄러지는 걸 느껴 보세요.

두 예를 나란히 다시 재생합니다.

CEAbC
Cmaj7Dbmaj7Dmaj7

정리

  • 코드는 3도 관계로도 잇는다. 3도 짝의 매력은 공통음이다(다이아토닉 C-Em은 미·솔 두 음을 공유).
  • 크로매틱 미디언트는 3도 관계를 반음 변형해 다장조 밖으로 나간 코드로, 공통음 하나로 먼 코드를 잇는다(C-E는 미, C-Ab는 도).
  • Constant Structure는 같은 코드 모양을 평행으로 통째 이동하는 것이다. 기능이 아니라 소리의 결이다.

다음 42강은 확장 커리큘럼의 마지막, 리하모니제이션 프로젝트입니다. 한 멜로디를 놓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총동원해 여러 화성으로 다시 입혀 봐요.